전혀 다른 시야
고등학생이던 나는 인터넷 강의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당시 국어 강의에서 강사님께서 해준 이야기가 있다. 강사님이 대학생 시절 ‘시’에 대한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그 수업은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몇 년간 A+을 받은 사람이 한명도 없을 정도였다. 시험을 본 뒤 점수를 확인해보니 영락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A+라는 점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 수업에서 A+를 받은 것이다. 그 사람이 쓴 시의 첫 구절은 이렇다.
‘나는 서늘한 주차장에서 원치않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시는 A+를 받았다. 교수님은 그 시가 A+를 받은 이유를 설명해주셨다고 한다.
“시는 고백이다. 그 고백이 어떤 것이든, 독자는 그 내용에 공감하고, 그 용기에 감동한다. 그것이 시이다.”라고. 당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를 존중하고 있었다. 문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문학은 고백이고 좋은 글은 존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글은 친구의 넉두리랑 비슷한 것 같다. 해피엔딩이 아닌 이야기,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의 초라함, 괜시리 웃게 되거나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도 아닌 것이, 왠지 마음 속에 남는 그런 이야기. 마음을 울리는 표현이나 논리도 없는 이야기임에도 그런 이야기를 존중하게 된다. 때로는 물음을 받기도 전에 답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다. 누군가의 경험, 그것은 그 자체로 하나의 물음이고, 우리가 깨닫기도 전에 우리의 마음 안에 무언가를 채워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