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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 본문
2020년도 광화문글판 대학생 에세이 공모전에 참가했습니다.
교보생명에서 주최하는 에세이 공모전입니다. 주제는 생명 / 순환 / 희망 입니다.
바탕체 12pt 단면 3페이지 이내로 꼭 양식에 맞춰써야 합니다.
http://www.kyobo.co.kr/webdocs/view.jsp?screenId=SCIGBNLM020
공모전에 투고한 에세이 내용입니다.
부적응자
영어공부를 하고, 스펙을 쌓고, 취업을 해야 하는 것처럼 삶의 방향이 쓸 때 없이 명확해지며 ‘이렇게 살다 가겠지.’라는 생각이 관성처럼 나를 이끌어갔다. 세상을 궁금해하던 호기심도 이젠 이불 밖은 위험하다며 어디론가 숨어버렸다. 역사 책을 볼 때면 ‘노예들은 왜 더 나은 삶을 살려고 하지 않았을까?’ 궁금해하곤 했는데, 이제는 그들이 왜 그렇게 살았는지 알 것 같다. 문득 정신이 들 때마다 방 안에 앉아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들이나 나나 ‘적응’이라는 천부적인 재능을 마음껏 사용하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몇몇 ‘적응’이라는 재능이 없던 사회 부적응자만이 굳이 ‘왜 지금처럼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을 던졌을 것이고, 잘 적응하던 유능한 노예에게 ‘우리가 왜 노예로 살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며 동료 노예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곤 했을 것이다. 부적응자, 그는 그저 편하게 살고 싶은 유능한 노예를 계속 자극한다. 자꾸만 자극한다.
문득 일기가 읽고 싶어 진 날이었다. 일기 속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인터넷 강의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당시 국어 강사님께서 해준 이야기가 있다고 했다. 강사님이 대학생 시절 ‘시’에 대한 수업을 들었을 때였다. 그 수업은 점수를 짜게 주기로 유명했다. 오죽했으면 몇 년간 A+를 받은 사람이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시험을 본 뒤 점수를 확인해보니 영락없이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그래도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던 찰나 A+라는 점수가 눈에 들어왔다고 한다. 누군가가 그 수업에서 A+를 받은 것이다. 그 사람이 쓴 시의 첫 구절은 이렇다.
‘나는 서늘한 주차장에서 원치 않게 태어난 아이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시는 A+를 받았다. 교수님은 그 시가 A+를 받은 이유를 설명해 주셨다고 한다.
“시는 고백이다. 그 고백이 어떤 것이든, 독자는 그 내용에 공감하고, 그 용기에 감동한다. 그것이 시이다.”라고. 당시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시를 존중하고 있었다. 문학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지만 한 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문학은 고백이고 좋은 글은 존중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해피 엔딩이 아닌 이야기, 그 이야기 속 주인공의 초라함, 괜스레 웃게 되거나, 정열적인 사랑 이야기는 아니지만 왠지 마음 속에 남는 그런 이야기. 그때의 나는 이런 이야기들을 좋아했었다. 이과를 희망했던 그 고등학생은 다음날, 담임 선생님께 얘기해 문과로 자신의 꿈을 옮겨 놓았다. 그나마 적성에 맞던 수학, 과학을 버리는데 하루가 채 걸리지 않았다. 사회는 만만치 않고 좋아하는 것보단 잘하는 것을 해야 하고, 돈이 되는 것을 해야 한다. 그럼에도 맛있는 음식을 보고 달려드는 것처럼 당연하다는 듯 좋아하는 것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자연스러운 것을 그 철부지가 해내 버렸다. 고등학생이던 나, 주위의 걱정이나 인정 따위엔 관심 없던 사회 부적응자 같던 그가 자꾸 나를 자극했다.
시간이 흐른 뒤 나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었다. 공과대학에 갔고, 그나마 잘하는 것을 하고 있었다. 그런 나의 삶을 고작 고등학생인 저 녀석이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4년이라는 시간을 공부했고, 2년을 더 공부하리라 마음먹었었다. 잘 하고 있다는 소리는 못 들어도, 못 하고 있다는 소리는 듣지 않았었다. 그런데 ‘해야 하는 것들 말고 하고 싶은 것을 하면 어떨까’하는 물음이 들어버렸다. 졸업을 미루고 1년을 자연스럽게 살아볼까 한다. 맛있는 글을 읽고, 몇 년 만에 눈물을 흘려보고, 용기로 글을 써보려 한다. ‘성공할 수 있을까’, ’돈을 잘 벌 수 있을까’하는 유능한 노예의 물음이 아닌, ‘그냥 하고 싶은 걸 해볼까’라는 사회 부적응자의 물음에 답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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